“‘열혈사제’, 여러 가지 작품 중 하나” 김남길이 들뜨지 않는 이유 [인터뷰]

인터뷰 2019. 05.16(목) 16:42
  • 페이스북
  • 네이버
  • 트위터
시크뉴스 포토
[더셀럽 김지영 기자] 드라마 ‘열혈사제’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종영했다. 20%가 넘는 시청률, 높은 화제성에 들뜰 수도 있지만 배우 김남길에겐 신중함만 남아있었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 연출 이명우)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봤을 법한 사회 권력층의 각종 비리와 유착 의혹, 이들과 맞서 싸우는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꼈다. 특히나 최근 가수 승리로 인해 불거진 버닝썬 사태와 맞닿아있는 면이 더러 있었기에 답답하게 흘러가는 현실에서 대중들은 ‘열혈사제’를 보며 대신 속이 시원해지는 ‘사이다’를 느꼈다.

그 중심엔 김남길이 있었다. 국정원 요원 출신의 탁원한 무술 실력과 통찰력으로 악의 무리를 처단했으며 때로는 구대영(김성균), 박경선(이하늬)과 함께 허당미를 표출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촬영도중 부상을 입기도 했으나 온 몸을 바치는 열연으로 ‘열혈사제’는 최고시청률 2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배우로서 한 작품을 이끌고 나간다는 것은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열혈사제’처럼 대부분의 캐릭터 서사가 살아있고 주연과 조연의 힘의 균형이 균등하게 이뤄진 경우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 제작진이 주연 배우를 믿고 따르기 때문.

김남길 역시 이러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처에서 만나 더셀럽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이와 같은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MBC 드라마 ‘선덕여왕’을 시작으로 대중에게 주목을 받고 다시 잊혀 지기를 반복했던 김남길이기에 함께 ‘열혈사제’에서 호흡했던 신인 배우들의 걱정을 모를 리 없었다.

“‘열혈사제’에서 쓸데없이 존재하는 인물은 없었다. 그런 인물들이 캐릭터이고 곧 배우들은 주인공이다. 이런 배우들을 더 빛날 수 있게 하는 게 타이틀롤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더 대우를 해주고 싶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스타가 아니어서 작은 역할이나 신인들이 더 대접을 많이 받고 좋은 환경에서 연기를 했으면 한다는 게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열혈사제’가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열혈사제’ 팀은 모든 배우들이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초반부터 모임을 많이 가졌다. 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소외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고 모두가 ‘내 작품, 내 역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 ‘열혈사제’의 성공은 배우와 제작진의 간절한 바람이 하나로 모여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저희는 모난 배우가 없었고 튀려고 하는 배우도 없었다. 드라마에선 앙상블이 중요한데 작품적인 부분에서 볼 때도 아집, 욕망보다는 스토리가 보였고 이를 모두가 어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잘 해줬다.”
더셀럽 포토


한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으면서 느꼈던 책임감, 리더십을 털어놓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열혈사제’라는 배에서 선원들을 전두 지휘한 선장의 느낌이 났다. 이번 작품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거나 처음으로 대중의 시선을 받은 후배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걱정, 근심을 표출했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모든 것을 통달한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목을 받았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는 한 번 주목을 받으면 영원할 것 같고 ‘나는 우주 최강 배우’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여러 번 사그라지다보니 그게 경험적으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겐 ‘열혈사제’도 여러 가지 작품 중 하나일 뿐이다. ‘선덕여왕’이후 오랜만에 이런 큰 관심을 받아서 ‘나는 10년마다 한 번씩 주기가 오나. 그럼 앞으로 10년 동안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웃음) 저는 꾸준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해왔고 예전부터 동료 선후배, 좋은 스태프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잘 됐을 뿐이다.”

‘열혈사제’가 결과적으로 잘 된 작품이긴 하나 폭력을 쓰는 사제, 만화적인 구성 등으로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러 있었다. 특히나 김해일이 히어로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도 일부분을 차지했다.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건 편견이나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인도 운동권에 있었던 분들도 계시고 목소리를 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전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뒤에서 평화적인 부분에서 사람들을 아우르는 시대인 것 같다. 극 중 김해일이 박경선과 구대영이 적폐세력에 물들었다가 포용하는 것도 종교적인 측면이다.”

더셀럽 포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종영한 ‘열혈사제’는 시즌2를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김남길은 시즌2를 제작한다는 것에 있어서 부담감은 없으나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시리즈물의 롤을 갖고 있는 건 축복받는 것이고 당연히 기대치가 있다. 그러나 ‘열혈사제2’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시리즈물을 기획하지 않고 제작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등 떠밀려서 시즌2가 만들어지면 서로 스크래치가 나면서 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시즌2가 나온다면 다른 악당들과 사건, 확장성 있는 카르텔을 만나야하지 않을까.”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굵직한 작품을 남긴 김남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예전엔 목표가 할리우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거였다. 미친 소리였다”며 웃음을 지었다.

“목표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혹은 아시아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문화적인 것들을 보고 배운 다음 나이가 들면 할리우드에도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할리우드 진출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영어가 안 돼서 포기했다. 이젠 영어를 열심히 준비해서 더 나이가 들고 연기가 깊어지면 도전해보고 싶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