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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읽기] 열혈사제→조장풍 ‘小영웅주의’, 소시민의 정의구현 판타지
2019. 05.16(목) 18:44
시크뉴스 포토
[더셀럽 한숙인 기자]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지난 4월 24일 개봉해 11일 만인 5월 4일 관객 수가 1천만을 넘어서며 최단기간 천만관객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의 기록적인 관객수는 현 한국사회가 심취해있는 영웅 만능주의의 단면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식 허무주의라는 날선 비평을 받기도 하지만 최근 화제작인 두 편의 드라마 SBS ‘열혈사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은 이보다 더 비현실적인 공허한 小영웅주의로 정의구현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열혈사제는 마지막 40회 시청률이 22.0%까지 치솟으며 SBS 금토 드라마의 성공적 포문을 엶과 동시에 2019년 버전의 한국 영웅물의 등장을 알렸다. 이어 조장풍은 지난 24회 시청률이 8.7%까지 치솟아 5%를 넘지 못한 전작 ‘아이템’의 부진을 만회하며 한국 영웅물의 흥행공식을 보다 굳건히 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두 드라마는 정의구현을 위해 뭉친 소시민들의 활약상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의도와는 다르게 서툰 영웅주의가 심각한 사회 현안을 코미디로 희화한다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드라마의 수장격인 사제 김해일(김남길)과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은 각각 국가정보원 비밀요원, 유도선수라는 이력을 갖고 있지만 정의를 구현하기에는 힘이 부족하고 권력마저도 없다. 단지 불의 앞에서 화를 삭일 수 없는 투철한 정의감만 있을 뿐인 이들에게 소소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정의구현이 가능한 팀인 이른바 ‘小영웅 어벤져스’가 결성된다.

우리에게 아이언맨, 토르 같은 인물은 없을지라도 주변의 누군가가 부조리에 분기등천해 줄 것이라는 상상의 바람을 현실인 듯 그려낸다.

김해일은 모든 이들을 구원해준다 믿음의 절대 교리에 반기를 들고 조진갑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철밥통 사수 의지를 딸아이의 한 마디에 과감하게 던져 버린다.

이들의 정의감은 자석처럼 주변 사람을 끌어 모은다. 김해일에게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외국인 근로자, 뒷돈을 받고 사는 형사가, 조진갑은 교사 시절 인연으로 얽힌 흥신소 직원들이 조력자로 뭉친다.

그러나 소시민으로 보이는 이들이 실은 ‘어벤져스’에 맞먹는 능력자들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오요환(고규필)은 뛰어난 청력을, 외국인 근로자 쏭삭(안창환)은 왕실 경호대 출신의 무술인, 내세울 것 없는 흥신소 직원인 줄 알았던 오대리(김시은)는 천재 해커로 평범함을 넘어선다.

알고 보니 내 이웃들이 초능력자라는 망상에 가까운 환상을 적절하게 현실적으로 조율해 만들어낸 이 캐릭터들은 이 드라마가 현실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지극히 판타지적 설정이다. 이뿐 아니라 정의 실현을 위해 악의 카르텔에서 급선회한 ‘열혈사제’ 박경선(이하늬), 선과 공조하는 악 ‘조장풍’의 우도하(류덕환)는 정의구현의 짜릿함을 안겨주지만 현실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노선 변화여서 드라마의 비현실성 수위를 높인다.

이처럼 현실인 듯 가장된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지극히 있을 법한 방식으로 짜깁기 돼 보는 이들을 흥분하게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극 중에서 제시되는 상황들은 현 시점에서 뉴스의 사회 정치 경제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안들이어서 마치 실제로 심각한 사회 현안들이 해결됐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열혈사제는 버닝썬과 똑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조장풍은 대한한공 일가들의 갑질 사건을 묘사해 드라마와 뉴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드라마로 각색된 이들 사건들은 열혈사제에서는 구담 어벤져스가, 조장풍에서는 사제지간의 인연으로 뭉친 이들에 의해 가슴 벅찬 방식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버닝썬과 관련해 언급된 이문호 유인석 승리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돼 100일 넘게 끌고 있는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대한항공 갑질 사건으로 촉발된 조양호 회장의 횡령 및 배임은 갑작스러운 그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기각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허구로나마 실현하는 ‘정의구현 계몽드라마’라는 비판의 시각을 제기한다. 이 같은 드라마들이 민감한 사회 현안을 코믹하게 풀어내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한다는 지적이다.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다. 열혈사제와 조장풍은 이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그러나 현 사회 부조리가 블랙 코미디처럼 희화되는 상황 전개와 권력자들이 아닌 이들이 해결하는 전개방식은 정작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시민들의 무력감을 심화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열혈사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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