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선균 “출연하고 싶었던 봉준호作, 너무 행복해 티 안내려고” [인터뷰]

인터뷰 2019. 06.12(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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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동경하던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에서 만났다. 배우 이선균은 ‘기생충’을 여러 번 볼수록 다양한 감상을 느끼게 하는 ‘기생충’을 “희한한 영화”라고 묘사했다.

지난 30일에 개봉해 14일 만에 누적관객 수 740만 관객을 돌파한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두 가족의 만남으로 인해 그려지는 가족희비극. 극 중 이선균은 선과 예의를 중요시하는 박사장으로 분해 예민하고 날카롭게 집안의 흐름을 감지하고 선을 넘으려는 기택(송강호)를 계속해서 예의주시한다.

‘기생충’이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관객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하나의 영화를 여러 번 극장가에서 관람하는 ‘N차 관람’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장면의 곳곳에 메타포를 숨겨 관객들이 해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이러한 흥미는 영화에 출연한 이선균에게도 통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연기만 보이던 영화의 장면들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복선, 상징, 미술 등이 눈에 들어왔고 쾌감으로 변했다. 특히나 평소 봉준호 감독을 동경하던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이 연기 교과서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감독의 신작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선균에게 그 자체의 기쁨으로 다가왔고 영화 첫 시사를 하면서 작품의 느낌보다는 행복이 됐다.

“칸 국제영화제 상영이 있기 전에, 스태프들하고 내부 시사가 있었다. 그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작품을 볼 때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어느 때보다 존경해오던 작업이었고 ‘저런 영화에 나도 출연하고 싶다’라는 게 현실이 된 것이라 너무 행복했다.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부럽지 않나. 그 일이 제 일이 되니까 행복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사실 티 안내려고 했다. 재수 없지 않냐.(웃음)”

꿈에 그리던 감독과 어떻게 작업하게 됐을까. 이선균은 스타일리스트 실장이 봉준호 감독과 이선균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됐고 이후에 봉준호 감독과 만나 대략적인 캐릭터 설명을 듣게 됐다. 이선균의 그때의 열의는 신인 배우나 다름이 없었다.

“‘뭐든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기생충’에 빨리 취했던 것 같다. 박사장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간 것도 제가 한 것 보다는 감독님이 잘 만드셨다. 어떤 사건에 같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았다. 박사장이 기택의 주행을 테스트하며 종이컵에 가득 따라놓은 커피가 넘치지 않는 것을 보고 코너링을 확인하듯 그런 식의 장치가 잘 돼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잘 설정한’ 박사장의 서사는 직업에서도 드러난다.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에서 표현되던 부의 상징 직업인 재벌, 갑부 등이 아닌 IT기업 대표로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직업이며 갑질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박사장의 행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회사 대표이나 직원들과 둘러 앉아 회의를 자유롭게 하며 소통이 잘 되는 모습, 가정적인 아빠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사장은 나이스하게 보이려는 강박이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외면의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중요하고. 일 때문에 너무나도 피곤하지만 가정적인 아빠도 되고싶어 한다. 또 그 안에 천박함과 치졸함이 있다. 그게 연기할 때 포인트였다. 소파신도 어떻게 하면 더 천박해 보일까 고민했다. 박사장의 천박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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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기생충’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인상 깊었던 대사로 자신이 출연하는 부분이 아닌 다른 배역들의 순간을 꼽았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의 기준보다는 ‘기생충’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한 관객으로 느껴졌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으론 기정(박소담)이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너무 감명 깊고 인상적이었다. 변기물이 역류하는 이미지가 상당했다. 인상 깊은 대사는 기택이 ‘너는 계획이 있구나’라고 하는 것이다. 코믹적인 상황이었는데 저는 그 말이 슬프게 느껴졌다. 처음에 영화를 볼 때는 상황적 코미디가 많이 느껴졌는데 두 번째로 볼 때는 대사에 집중하면서 기우(최우식)를 중심으로 봤다.”

‘기생충’ 속 모든 배우들이 맞춤옷을 입은 듯 잘 어울렸다. 이선균의 생각도 같았다. 박사장 이외에 욕심나는 캐릭터는 없으며 다들 그에 맞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선균은 “그게 감독님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에선 남자 캐릭터보다 여자들의 캐릭터가 더 좋다. 그렇지만 욕심나는 캐릭터는 없다. 다 그에 맞게 잘 어울리는 것 같고 기우에 이입을 많이 하긴 했다. 역시 분량이 많아서.(웃음) 기우가 상황을 잘 대변한 것 같다.

스크린 밖 분위기도 가족 같았다. 현장의 분위기를 이끄는 아빠 역할인 송강호가 있다면 세세한 것들을 챙기고 신경을 써주는 엄마 역할인 이정은이 있었다. 이선균은 영화를 작업하는 순간들이 가족끼리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송강호 형님은 큰형님, 아버지처럼 현장의 판을 잘 깔아줬다. 촬영 일주일 전부터 영화 현장에 오셔서 기분 좋게 연기하는 것도 보고 밥도 같이 먹었다. 엄마는 이정은이 맡았다. 엄마처럼 잘 챙겨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엄마역할을 잘 해줬다. 누구하나 기죽지 않고 어울리고 잘 지냈다.”

그토록 존경하던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참여한 이선균은 ‘기생충’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느낄까.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봉준호라는 이름에 동의를 표하며 이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기생충’은 복합적인 장르의 영화다.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이상한 전개로 흘러가고 장르는 가족 희비극이 맞는 것 같고.(웃음) 영화를 보면서 가만히 있다가 먹먹하게 만들고 진지하진 않는데 의미는 있다.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희한한 영화인 것 같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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