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생충' 최우식 "실패했던 기우, 모든 세대가 공감할 밉지 않은 캐릭터" [인터뷰]
2019. 06.13(목)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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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기생충’을 관람한 후 찝찝한 기분을 털어낼 수 없다면 그건 아마 배우 최우식 때문이지 않을까. 무색무취의 느낌으로 매 작품에서 오히려 독특한 인상을 남겼던 최우식이 이번 ‘기생충’에선 무색무취의 매력으로 여운을 남기고 떠나가는 관객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개봉 보름 만에 75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관객들의 평은 엇갈린다. 수직적 계층구조를 드러내면서 현실적으로 그린 부의 격차로 인해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이 오히려 ‘너무 나의 현실 같아서 우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기 때문. 하나의 작품으로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영화에서 이와 같은 여러 평들이 나온다는 것은 마냥 껄끄럽지 않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생충’을 관람한 관객들이 우울함 혹은 여운을 느끼면서 영화관을 떠날 수 있는 이유는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현하는 최우식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분량이 많다”고 말해 제작보고회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게 괜한 너스레가 아니었다.

최우식은 극 중 기택(송강호)의 아들 기우로 분한다. 자신과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좋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 민혁(박서준)의 소개로 박사장(이선균)의 딸 다혜(정지소)의 과외을 맡는다. 기택의 시작으로 ‘기생충’의 진정한 막이 열리고 마지막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충격을 선사한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기생충’을 관람하고 ‘현실적이라 기분이 자꾸 처진다, 불쾌하기도 하다’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는 기우, 기정(박소담)이 평범한 20대 초반의 백수인 것도 한 몫 할 터다. 수능을 여러 번 치렀으나 대학의 문턱조차 넘어보지 못한 이들이 발버둥치는 일련의 모습은 일상에서도 흔하게 만나는 일들이다.

기우보다는 몇 년은 더 산, 최우식은 기우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캐릭터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고 몰입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시대를 살았고 어쩌면 최우식도 기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가 기우를 보고 느끼지 않을까. 정말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고 노력을 해야 하고 실패도 항상 있다. 청년실업 자료를 찾아보거나 하는 것보단 기우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다. 청년들도 그렇지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기우에 있다. 그래서 더 밉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 밉지도 않은 것 아닐까.”

기택의 가족을 살펴보면 ‘전원 백수’라는 타이틀이 붙지만 결코 이들이 게으르거나 무능력하지는 않다. 기택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택은 발렛파킹, 대리운전, 대만 카스테라 사업 등 안 해본 일이 없었으나 현재는 백수다. 기우와 기정은 영어와 미술에 괄목할만한 실력을 드러내는 있는 N수생이다. 최우식도 기우의 캐릭터를 잡아나가면서 기우가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부족한지, 무엇이 약한지 기준을 정하고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기택 네의 사람들은 모두 재능이 있지만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실패를 겪었을 수도 있고 대학 입학을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엄청 노력을 했다고 본다. 똑똑하고 실천에 옮길 줄도 알고. 그런데 실전에 약한 친구가 기우다. 기우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다혜한테 공부하는 법을 가장 먼저 알려주지 않나. 이를 계기로 다혜가 기우한테 넘어오긴 하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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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은 애초 기우에게 자신의 과외를 넘기며 ‘졸업하면 정식으로 만날 거야’ ‘진지해’ 등 다혜를 당분간 잘 맡아줄 것을 당부한다. 기우는 과외생인 다혜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가볍게 듣지만 민혁 대신 들어간 과외 자리에 민혁처럼 행동하고 심지어 민혁과 같은 대사를 가족에게 한다. “나 진지해. 대학 가면 그 애랑 사귈 거야”라고.

“기우는 계획이 어긋나면 ‘멘탈 붕괴’가 되는 스타일이다. 그 계획에도 민혁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민혁이 살고 있는 위치도 동경하고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고. 과외를 하면서 다혜랑 예상치 못하게 뽀뽀를 하는데 그것도 ‘민혁이라면 이렇게 했겠지’하면서 다가가는 것 같다. 기우의 입장에선 민혁이가 부럽고 성장하면서 빈부격차를 느끼고 개인적인 감정이 입혀지지 않았을까. 다혜를 향한 기우의 마음도 진심이라고 보고 정말 좋아하지만 민혁이의 방법으로 다가간 것 같다.”

민혁이 주고 간 수석으로 기택의 가정이 한 순간에 변하기 시작한다. 기우는 물난리가 나는 와중에도 자신을 다른 삶을 살게 해준 수석을 먼저 챙긴다. 그러면서 기우는 “돌이 계속 따라온다” “저에게 붙는다”고 묘한 말을 내뱉다가 결국 그 수석을 내려놓는다. 영화의 가장 핵심으로 작용하는 듯 한 수석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자 최우식은 해맑게 웃으며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듯이 해석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를 할 때 생각했던 것은 기우가 느끼고 있는 죄책감, 책임감,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무게감을 수석에게서 느꼈던 것 같다. 칸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여정 선배님과 돌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조여정 선배님은 다르게 해석을 하더라. ‘가족이 계획에 짠 목표로 가기 위해 쉽게 가려고 했던 잔머리가 아닐까’라고 하시더라. 마음가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감독님도 확실한 답을 주시진 않았다. 연기자의 몫으로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이렇듯 기우는 기택네의 위장취업 포문을 열고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이에게 전하지 못할 편지를 남기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등 엄청난 연차를 자랑하는 선배들보다도 많은 분량과 핵심 사건을 맡고 있는 최우식은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받고 기우를 가장 먼저 봤는데 장을 넘기는데 계속 나오더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로 송강호 선배님이 나오시고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에 제가 감히 잘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다른 것을 생각할 것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읽었다. 제일 좋았던 점은 기우를 연기하면서 다양한 얼굴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다른 영화에서도 감정선이 분명하게 있지만 기우의 감정선이 중심이 되는 것 같았고 단계별로 그 얼굴이 좋았다.”

최우식은 2014년 영화 독립영화 ‘거인’을 통해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부터 ‘마녀’의 박훈정 감독, 봉준호 감독 등은 ‘거인’을 통해서 최우식의 이면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거인’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고 밝혔던 최우식은 이제 조급함 혹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고 좋은 현장에서 또 한 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답을 찾았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냥 배우로서 과정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장르, 역할을 다 떠나서 제가 즐길 수만 있으면 많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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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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