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호텔 델루나’ 이지은 배해선 ‘여성의 유대의식’, 판타지 멜로 속 페미니즘

방송 2019. 09.02(월)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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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호텔 델루나’ 이지은 배해선 신정근
tvN ‘호텔 델루나’ 이지은 배해선 신정근
[더셀럽 한숙인 기자] 최근 드라마들은 ‘페미니즘 코드’를 빼고 설명되지 않는다. 여성과 여성 간의 강력한 유대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이들이 갈등 해결의 주체로 등장하는 페미니즘에 근거한 이 같은 전개 방식은 남성들을 보호자가 아닌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전도함으로써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지난 1일 종영한 tvN 주말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귀신이 묵어가는 호텔 사장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는 멜로 주인공, 두 극단적 정체성을 가진 장만월(이지은)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전의 판타지 로맨틱 멜로와 구별되는 ‘다름’을 끌어냈다.

장만월은 원한으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세 명의 직원, 변태라는 오명을 쓰고 죽은 김선비(신정근), 남존여비 사상으로 결국 딸을 죽음에서 지키지 못한 종갓집 며느리 최서희(배해선), 눈이 먼 동생을 지키지 못한 채 총에 맞아 사망한 지현중(표지훈)을 오랜 세월 곁에 두며 원한으로 서툰 복수를 감행하다 소멸되지 않게 끝까지 그들을 지켜냈다.

장만월은 외모는 소녀지만 가장 오랜 세월 델루나를 지킨 인물로, 가장 믿음직한 수장이자 보호자의 역할을 해내며 이들을 보호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장만월이 보이는 온도 차는 이 드라마 역시 페미니즘에 근간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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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월은 ‘음란서생’이라는 오명을 쓰고 죽은 김선비가 자신의 이야기가 소설이 돼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지자 보호자로서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했다.

장만월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는 김선비에게 “김선비는 우리 호텔 최고의 에이스 학이야. 학은 아무 데서나 고개를 꺽지 않아”라며 그의 고객을 곧추세웠다.

반면 딸과 자신을 무참하게 죽음으로 내몬 윤씨 가문의 대가 끊기는 것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200년을 귀신으로 지낸 최서희는 어떤 개입 없이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장만월이 김선비와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수직적 관계의 틀을 끝까지 유지했다면 최서희는 보호자라기보다는 동료로서 수평적 관계라는 뉘앙스로 차이를 뒀다.

이는 김선비와 최서희를 떠나보내는 순간에 더욱 명확해졌다.

김선비는 학처럼 하얀 옷을 입고 차에 오르고 장만월은 마치 동생을 떠나보내듯 아릿함으로 눈물을 머금으며 떠나는 그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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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서희가 떠날 때는 차에 타려는 그에게 “안아 봐도 될까”라며 마치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혈육을, 엄마를, 떠나보내는 듯한 애절한 눈물을 보였다. 최서희 역시 “울지 않고 가려했는데 왜 울리세요”라며 장만월을 보듬어 안고 “안쓰럽고 딱할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한 번 안아드리고 싶었습니다”라며 리더십이 강한 사장 장만월이 아닌 상처 많은 장만월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장만월이 김선비와 지현중과는 달리 최서희에게만 느꼈던 강력한 유대는 “객실장은 아주 여러 번 나를 위로해줬어. 고마워”라는 말로 확실하게 각인됐다.

물론 장만월이 구찬성이라는 남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려졌지만 이들 둘의 관계 역시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는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는 대등한 관계로 설정됨으로써 그간 나약하게만 그려졌던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 속 여자 주인공과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호텔 델루나’는 장만월 역을 맡은 이지은의 의상과 그가 일하는 호텔의 화려함 역시 허황된 사치가 아닌 장만월의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차가워진 마음을 대변하는 코드로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이처럼 그간 판타지 멜로가 늘 용두사미 격으로 마감됐던 것과는 다른 결의 전개가 다소 미흡하게 그려진 장만월과 구찬성 재회의 아쉬움을 채워줬다.

페미니즘 코드는 드라마 속에서 진화하고 다각화 되고 있다.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불편한 미러링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조직사회의 권력 중심으로 여성을 그리는 적극적 방식을 취했는가 하면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미흡하기 하나 여성들 자신이 사회 속에 뿌리 깊은 여성들의 문제를 헤집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시도했다.

‘호텔 델루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연약하지만 결코 연약함에 매몰되지 않게 그림으로써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못지않은 여성주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호텔 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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