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감독 “‘82년생 김지영’=창, 창문 통해 풍경 봐 주시길”②[인터뷰]

인터뷰 2019. 11.11(월)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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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①에 이어서...

2019년 보편적인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통해 불합리함을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김도영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는 원작 소설을 읽고 난 후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영화를 통해서도 창문 속 다른 세상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개봉해 1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17만 4044명을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 기획 소식이 전해지자 배우와 영화에 악플이 달렸으나 영화가 개봉한 후엔 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남녀노소에게 공감을 끌어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포스터 속 문구처럼 ‘82년생 김지영’은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일각에서는 ‘편협한 시각’ ‘피해의식’ 등을 이유로 영화를 비난했으나 영화를 본 실관람객들이 높은 평점을 주거나 입소문으로 장기간 흥행에 성공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82년생 김지영’을 영화화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을 터다. 더셀럽은 최근 김도영 감독을 만나 영화의 기획단계부터 영화 속 연출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영화에서 감정이 가장 폭발하는 장면이 지영과 모친 미숙(김미경)의 대화다. 미숙이 지영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금 같은 내 새끼. 옥 같은 내 새끼’라고 하는 대사를 직접 쓰셨다고 들었다.

맞다. 고쳤다. 아이를 낳아보니까 금 같고 옥 같고 너무 귀하더라. 우리 지영이는 귀한 딸이고 모두가 귀한 딸들이다. 어머니는 차별을 받는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살았지 않나. 희생했던 순간에 제가 건네고 싶었던 말이 지영이가 하는 대사였다. ‘그럴 필요 없다. 우리가 잘 해냈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그걸 듣는 어머니는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지영의 입으로 말하지만, 엄마가 딸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이니까. 미숙의 마음으로 대사를 생각했다. 그래서 사위 한 번 타박하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제가 대사를 쓰긴 했지만 연기를 해준 김미경 뱅가 다 채워줬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모든 스태프가 울었다.

그 장면에서 신경을 쓴 연출이 있었나.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촬영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니까. 멋진 앵글이나 화려한 조명,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배우들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진짜 그런 장면들에서 배우들이 집중해서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배우들의 힘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나.

배우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정이 전염되는 것 같다. 좋은 액팅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배우 액팅으로 관객에게 말을 하기도하고. 좋은 배우를 만났을 때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있는 한 명,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불편한 이야기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힘들다는 느낌이 없다. 영화의 분위기 때문인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서도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지영의 공간이 앰버 색이 빠진 차가운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과거로 넘어갈 때는 올드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앰버도 넣고 그레이도 넣었다. 현재의 지영은 꽤 괜찮은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세계가 굉장히 압박이 있고 힘들다 여전히. 어떤 사람이 아프고, 자기 말을 하는 게 힘든 건 어떤 세계일까하고 생각을 했다. 미술감독이 지영에게 블루를 주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초반엔 블루톤이 많고 회복이 되면서 베이지나 따듯한 색상을 많이 썼다.

지영이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이 많다. 지영은 석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이었을까.

몇 마디 말,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결혼하지 않았어도 느끼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오면 수다를 떨다가 친구가 가고 나면 공허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전제품 소리만 들리는 순간. 그때의 훅 빠지는 감정이다. 사람들에겐 다 감정 기복이 있으니까. 오늘 하루 잘 버틴 것 같았는데 해가 지는 순간부터 쿵 하는 그런 게 들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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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오해하는 시선도 있었고 일각에서는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의 삶을 마냥 불행한 것처럼 그렸다고 하더라.

오해하는 시선들 때문에 걱정이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을 이상적으로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 저는 이 영화가 되게 친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무덤덤하고 뾰족하고 날카롭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하고 싶은 말, 내용을 전했다고 본다.

결코 영화의 방점이 ‘육아와 살림은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래서 아영이가 지영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장면도 없고 많이 울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장면이 필요가 없었다. 이 영화는 육아와 살림이 힘들다고 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영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문화와 관습 때문에 지영이 조금씩 받은 상처들 때문에 지영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지영의 힘듦은 단지 육아와 경력단절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의 중심 서사는 지영의 말을 찾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든 첫 느낌은 ‘위로를 받았다’였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다들 ‘힘들다’고 하지 않더라. 오히려 힘들었던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많은 관객도 이러한 느낌을 받고 ‘82년생 김지영’에 열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위로받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에너지를 받고있는 것 같다. 영화가 나은 엔딩을 맞이하면서 응원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음악 감독과도 얘기를 많이 했던 게 ‘신파로 가지 않게 신경 쓰자’였다. 음악이 최대한 뒤로 빠지거나 배우의 액팅이 충분한데 음악까지 들어가면 과할 수 있으니까 담담하고 담백한 톤으로 그리고 싶었다. 음악이 주는 힘도 컸던 것 같다.

저는 원작을 읽고 주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더라. 나 자신을 보고 친구, 엄마를 보고 세상이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영화도 그런 평을 해주실 때 정말 기쁘다. 감사하기도 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82년생 김지영’이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나.

어떤 의미로 남기를 바라는 것보다 영화는 창(窓)인 것 같다. 자신이 창을 통해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인데, 어떤 분들은 자세히 보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모른 척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영화는 특히 자신의 경험치에 따라 다른 부분이 보이는 것 같다. 저는 어쨌든 창 안에 풍경들을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한테도 이 영화는 또 다른 창이었다. 너무 정신없이 살다가 영화를 하면서 천천히 여성의 삶을 아빠로, 신랑으로 들여다본 것 같다. 엄마도 생각하게 되고. 제 인생에 단지 어떤 커리어, 입봉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바라본 풍경들. 저를 참 많이 고민하게 하고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생각을 하게 한다. 여전히 생각들이 진행 중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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