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계획이 있구나”…‘기생충’, 아카데미 수상부터 드라마 제작까지 [일문일답 종합]

영화 2020. 02.19(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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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던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스태프 등 주역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홀에서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박소담, 장헤진, 이정은, 박명훈,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5월 개봉된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해외 영화제 수상 19개, 해외 시상식 수상 155개, 총 174개 내역(2020년 2월 19일 기준)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 9일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영예상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총 4개 부문을 휩쓸어 화제를 모았다.

칸 국제영화제부터 약 1년에 걸쳐 오스카 캠페인까지 성황리에 마친 ‘기생충’ 팀. 이날 간담회에는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 영화 관계자, 기자들이 구름인파를 이뤄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현장 열기.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기생충’ 팀과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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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캠페인’의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로컬’이라는 말하는 자체도 도발이 아니었나라고 분석이 될 정도다. CJ와 협업은 어느 정도 였는가.

봉준호 감독 : 모든 영화들이 오스카 캠페인을 열심히 한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가 네온이란 곳으로 중소기업이다. 저희가 처한 상황은 게릴라전이라고 할까. 거대 스튜디오들,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다. 대신 열정으로 뛰었다. 그 말인 즉,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터뷰가 600개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개 이상이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 경쟁작들을 보면 LA 시내에 거대한 광고판이 있고 TV나 잡지에 큰 전면광고에 나온다. 저희는 똘똘 뭉친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며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한때 저는 토드 필립스, 타란티노 감독들을 보면 창작의 일선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캠페인을 하고 스튜디오도 많은 예산을 쓰는 게 낯설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깊이 있고 밀도 있게 검증하구나 생각했다.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드는지 세밀하게, 진지하게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더라. 그렇게 오스카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이니까 오랜 전통을 가진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송강호 : 저는 미국을 처음 갈 때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 아무 생각 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6개월 정도 최고의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이야기하면서 이 과정을 가지다 보니 내가 아니라 그분들,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갔다. 상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밟는 게 아닌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많은 걸 느끼고 배워왔다. 6개월이 지나며 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위대한 예술가들을 알게 됐다.

봉준호 감독 : 처음 캠페인인데 (로컬 발언은) 도발은 아니다. 칸,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인터네셔널 영화제고 미국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아니겠느냐 비교하는 말로 썼다. 미국 분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렸나보더라. 전략을 가진 건 전혀 아니고 대화 중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기생충’의 빈부격차나 양극화, 사회부조리를 블랙 코미디 기반으로 풀어냈다. ‘괴물’이나 ‘설국열차’에서도 그렇게 풀어냈는데 ‘기생충’ 이후 준비하고 있는 영화 두 편에도 메시지가 투영돼 있나.

봉준호 감독 : ‘괴물’은 괴물이 뛰어다녔고 ‘설국열차’도 SF적 요소가 많다. ‘기생충’에는 그런 게 없다. 동시대,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지 않나.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해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톤의 영화다. 그것이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스스로 짐작만 해봤다.

두 편의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기생충’이 어떤 반응과 결과를 얻는 지 관련이 없다. 평소 하던 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들, 제작사 분들 평소 하는 대로 찍었던 영화다. 평소대로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정성스레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했을 뿐이다. 그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 별 특별한 점은 없다. 접근방식이 다르다거나,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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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도 화제가 됐는데 계획됐던 것인가, 패러디도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 : 유세윤 씨 천재적인 것 같다. 존경한다. 문세윤 씨도. 최고의 엔터테이너이신 것 같다. 오늘 아침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편지를 보내셨다. 영광이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니 말씀 드리기는 실례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수고했고 쉬어’라고. ‘대신 조금만 쉬어’라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하셨다. 감사하다.

▶봉준호 감독님은 이번 수상으로 ‘번아웃 증후군’에 직면할 것 같다.

봉준호 감독 : 2017년 ‘옥자’ 이후 한 번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영혼까지 긁어모아 작품을 찍었다. 촬영 기간보다 긴 오스카 캠페인도 마무리 지었다. 여러분과 이야기하면서 ‘끝이나는구나’ 생각이 든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참 긴 세월인데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아 기쁘다. 제가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사실이다. 일을 많이 했다. 쉬어볼까 생각도 있는데 스콜세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하셔서. (웃음)

▶흑백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떤 의도로 하셨는지, 관객들은 어떤 점을 유의해서 봐주시길 원하냐.

봉준호 감독 : ‘마더’ 때도 흑백 버전을 만든 적 있다. 다른 거창한 의도보다는 고전 영화, 클래식 영화들의 동경, 소위 말하는 로망이 있었다.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시절도 있지 않나. 내가 만약 1930년대를 살고 있고 흑백영화로 찍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번에도 홍경표 감독님과 의논해서 흑백버전을 만들었고 두 번 봤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상영했다. 똑같은 영화지만 묘했다. 다른 느낌들이 있다. 보시는 분들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뭐라고 선입견을 가지거나 강요하고 싶진 않다. 로테르담에서 어떤 관객분이 ‘흑백으로 보니까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의미를 생각해봤다. ‘마더’ 때도 그렇지만 배우분들의 미세한 표정이 섬세한 연기의 디테일이나 뉘앙스를 더 느낄 수 있다. 배우 눈빛,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 외 느낌도 있지만 보시면서 느꼈으면 한다.

▶봉준호 감독과 이 작품에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진원 작가 : 그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매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 생각은 그렇다. 우리 영화에는 악당, 선과 악의 대립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각자만의 드라마가 있고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영면해 갈 수 있다는 점을 따라갈 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 분들. 저도 서민가정에서 태어났다. 기우(최우식)의 환경에 가깝게 살았다. 박사장(이선균)의 집은 판타지였다. 그런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었다. 취재원들과의 취재, 그런 것들과의 관계들의 디테일에 쫓아가며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정은 : 여기 있을 때는 잘 몰랐다. 아카데미 캠페인을 할 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일조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갔다. 두 분의 인기가 너무 높으셔서 놀랐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든다. 칸에 여러 편의 영화가 나왔을 때 과거에 대한 회상, 현시대 영화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시대적인 문제를 굉장히 재밌게, 그렇지만 심도 있게 표현했고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관계들의 인간 군상과 흡사하기 때문에 놀랐을 거다. 감독님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아카데미 캠페인이 경쟁적인 구도 같아 보이지만 그분들은 8월부터 동질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 거기서 항상 유머를 잃지 않았던 게 후광에서도 묻어나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미국에서 ‘기생충’ 드라마를 제작한다. 감독님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미국 배경으로 배우들과 만들면 다른 느낌일 텐데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나.

봉준호 감독 : 프로듀서로서 참여하고 연출하는 감독님들은 이후 차차 찾게 될 거다. 아담 맥케이 작가님이 참여하신다. ‘기생충’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 동시대 빈부격차를 오리지널 영화와 마찬가지로 블랙 코미디와 범죄 드라마 형식처럼 더 깊게 파고들 것 같다. 리미티드 시리즈라는 명칭을 쓰더라. 시즌으로 길게 가는 게 아닌 HBO의 ‘체르노빌’ 같은 것처럼 완성도 높은 밀도의 TV시리즈를 만들려 한다.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가 언급됐지만 공식적인 사안은 아니다. 저와 아담 맥케이는 이야기의 방향과 구조 같은 것을 논의하고 있는 시작 단계다. 금년 5월 ‘설국열차’ TV 시리즈가 방영됐는데 2014년부터 준비했던 것이라 5년 만에 방송되는 걸 보면 ‘기생충’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야한다. 순조롭게 잘 첫발을 디디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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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불균형에 대한 묘사의 영화다. 한국 관객들이 열렬히 지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봉준호 감독 : 최성재(샤론 최) 씨가 없는 상황에서 영어 질문을 받아 순간 당황했다. (웃음) 마침 옆에서 통역해주셔서 감사하다.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니다. 스토리의 본질을 외면하는 건 싫었다. 이 스토리가 가지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도 있지만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쓰라린 면도 있다. 그 부분을 단 1cm라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영화다. 영화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 해야 하는, 그러려고 만든 영화였다. 어쩌면 그 부분을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화 당의정을 입혀 달콤한 장식, 데코레이션을 하면서 끌고 가고 싶진 않았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솔직하게 그리려 했던 게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보일 수 있어도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촬영할 때부터 편집할 때, 마무리 할 때도 그런 생각이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천만 명 관객 이상이 호응해주셨다.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 베트남, 일본, 영국 등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이미 북미에서도 외국어 영화로 역대급 기록을 써가고 있어 여러 나라에서 호응을 받고 있었다. 그 부분이 기뻤다. 수상여부를 떠나 전 세계 관객들이 호응해주셔서 그게 기쁨이고 의미 있다.

왜 그렇게 호응하고 열광했는지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분석해봐야겠다. 그게 저의 업무는 아닌 것 같다. 저는 이미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기에 뚜벅뚜벅 걸어 가야한다. 관객들, 기자분들이 왜 세계적 호응을 얻었을까 평가해주실 것 같다. 저는 빨리 다음 작품 시나리오를 써나 가는 게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봉준호’라는 영화법이 제안됐다. 감독님이 제작하셨던 ‘플란다스의 개’를 지금 제작하면 없을 것이다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봉준호 감독 : 해외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영화 산업이 특유의 활기, 좋은 작품이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반면 우려되는 점 등.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젊은 세대들이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투자를 받고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를 냉정하게 생각해봤다. 제가 데뷔한 후 한국산업에 20년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반면 젊은 감독들이 이상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건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재능있는 친구들이 산업에 흡수되기보다 독립영화와 산업의 메인 스트림이라고 칭해야할까. 평행성을 이뤄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2000년대 초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을 찍을 때 독립영화와 상호 침투, 다이나믹한 충돌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활력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8,90년대 붐이 일었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쇠퇴해갔는지 기억한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모험과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수용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나온 여러 훌륭한 독립영화들, 많은 재능들이 꽃피고 있기에 결국 산업과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자막의 벽을 허물었다고 하지 않았나. 자막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영어 자막으로 해석될 때 인상 깊었던 단어나 문장은 무엇인가.

봉준호 감독 : 자막은 평소 하던대로 열심히 했다. 달시 파켓과 이번 처음 작업한 게 아닌 ‘플란다스의 개’ 때부터 모든 작업을 감수했다. 서로 일 해 온 패턴이 있다. 달시 파켓 본인은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부인되시는 분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두 분의 콤비네이션이 좋았다. 매장면, 대사들 예를 들어 박서준 씨가 2층에도 이 수석이 있다고 하는 건 은근히 자기 집이 부자라는 걸 드러내지 않나. 그럴 땐 어떤 단어를 써야한다. 대만 카스테라라고 하면 순간적으로 맥락을 전달하기 힘들지만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해보자고. 짜파구리 번역 불가능하지만 뭔가 만들어 달라 등 여러 맥락과 숨겨진 의미들. 또 최우식과 박소담이 집에 들어가 한 다리 건너 선후배인 척 할 때 어떤 의미인지 세밀하게 짚어드렸다. 이미 달시 카펫은 ‘살인의 추억’ 때 ‘밥은 먹고 다니냐’를 인류 최대의 난제를 해결해본 적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하신 적 있다.

한편 ‘기생충’은 흑백판 버전 개봉을 앞두고 있다. 2월 26일.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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