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조병규 "야구의 매력? 기다림의 미학이죠" [인터뷰]

인터뷰 2020. 02.27(목) 15:32
  • 페이스북
  • 네이버
  • 트위터
시크뉴스 포토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조병규가 ‘스토브리그’를 통해 다음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여유로움을 얻었다. 앞으로 조병규는 연기 생활에 있어서 과감함을 선택하고 시도할 줄 아는 배우가 되길 꿈꿨다.

기자는 최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SBS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를 성황리에 마치고 포상 휴가까지 무사히 다녀온 조병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4일 최고 시청률 19.1%를 찍으며 인기리에 종영한 ‘스토브리그’는 만년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과 운영팀이 의기투합해 프로야구단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극 중 조병규가 맡은 한재희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이 살아온 재벌 3세이지만 드림즈 운영팀 직원이 되면서 진정한 삶의 원동력을 찾게 된 인물이다.

스포츠 드라마라는 장르적 색이 짙었던 만큼 ‘스토브리그’는 우려와 기대가 섞인 가운데 방영됐다. 전문적인 야구 용어를 비롯해 전반적인 야구 경기가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고 야구에 흥미가 없는 시청자들에게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탄탄한 스토리와 매 회 어느 캐릭터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들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스토브리그'라는 작품으로 한 해의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시청자 분들께서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셔서 행복한 순간이었고 저도 많은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스토브리그’라는 스포츠 드라마를 많은 분들이 지지해줄까 의문도 있었는데 구성과 서사가 너무나 탄탄했어요. 제가 감히 ‘흥행가도를 달리겠다. 아니다’라고 섣불리 판단 할 수 없는데 웰 메이드 드라마일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또 시기적으로 비시즌에 방영하게 돼서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 야구 팬 분들에게도 아쉬움을 달래줄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의학, 법정물, 수사물 등과 같은 전문직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일반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우들이 구사하는 대사에 포함된 용어 설명이 등장한다. ‘스토브리그’에서 역시 비전문가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야구 관련 전문 용어들이 무수히 인용됐다. 특히 스포츠 상황을 설명하는 전문 용어인 만큼 암기와 동시에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평소 구기종목이나 스포츠에 관심은 있어서 야구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었는데 원래는 경기에만 집중해 보는 편이었다면 ‘스토브리그’를 찍고 나서는 경기라는 게 얼마나 치열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게 되니까 경기를 보는 시점이 많이 달라졌어요. 또 야구단에 얼마나 많은 팀들이 세분화되어있다는 걸 알았고 야구라는 스포츠가 디테일한 부분이 참 많구나를 깨달았죠. 야구 용어는 저도 처음에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걱정하기도 했는데 계속 대사로 뱉다보니 입에 익게 되더라고요. 중간에 알지 못하는 단어들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더셀럽 포토
‘스토브리그’는 강약 조절이 적당했다. 드림즈 구단의 운영팀을 시작으로 구단을 위기에 몰아넣는 구단주, 그에 맞서 구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스포츠 드라마라는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무겁지 않게 적절히 극을 이끌어갔다. 이 가운데 한재희는 자신이 맡은 바를 톡톡히 해내며 긴장감 도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재치를 선보였다.

“사실 재희라는 캐릭터가 드림즈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월급루팡’ 같은 느낌이었어요. 드림즈에서 해야 할 일도 잘 모르고 그냥 시간 죽이러 다닌 사람처럼 보이는데 백승수 단장님이 오면서 드림즈가 좋게 바뀌면서 설령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먼저 찾아서 하게 돼요. 드림즈 일원으로서 달성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잘 성장해가고 있는 인물이었죠. 사실 드라마 내에서 감독님께서 말하시길 재희는 밝은 역할이고 실소 정도 보여주는 인물이길 원하셨어요. 드라마 톤이 진지하고 무거운 장르적인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그런 부담스러운 부분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 해서 그렇게 잘 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지난해 JTBC ‘스카이캐슬’에 이어 올해 ‘스토브리그’로 조병규는 2연속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운 좋게도 연이어 흥행 드라마에 출연하며 ‘대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를 실감하느냐는 말에 조병규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스카이캐슬’ 때는 역할이 굉장히 작았고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제가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임팩트 있게 잘 나와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그래도 저는 ‘내가 이걸 누려도 되나’라는 마음이 컸는데 ‘스토브리그’는 하면서 처음으로 포스터에 제 이름을 올리고 배우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선배님들께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촬영하면서도 많이 노력했고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열광해줘서 안심이 됐어요. 덕분에 이번 포상휴가는 맘껏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이판 가서 한국교민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다들 본명보다 배역 이름으로 불러주시고 저는 낙하산으로 불러주셔서 밝은 미소로 화답했죠.(웃음)”

더셀럽 포토
방영 당시 ‘스토브리그’는 우연찮게 여러 번 결방이 돼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방송되는 드라마인 만큼 결방이 자주 되면 드라마 전개에도 맥이 끊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배우들의 불안감은 없었을까. 의외로 조병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결방에 있어서는 크게 게의치 않았어요.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있고 다들 캐릭터에 애착이 커서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마음이 커서 결방됐을 때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지점이 있겠지만 저는 더 완벽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지난 2015년 ‘후아유’로 데뷔한 조병규는 어느덧 데뷔 5년차 배우가 됐다. ‘떠오르는 신예’ ‘라이징 스타’ 등 화려한 수식어를 등에 업고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또래 배우들에 비해 조금은 늦게 주목을 받게 됐다. 한 때 새로운 작품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든 시기도 보냈지만 이제는 모두 지금의 조병규를 있게 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보조출연으로 학생1이나 이름 없는 단역, 조연으로 시작해 포스터에 이름 올리기까지 물론 선배님들 하신 거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제 또래 배우들이랑 비교했을 때 순탄치 않았던 것 같아요.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 시간을 잘 버티고 있어서 ‘스토브리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끝냈을 때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잘 마치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다음 작품은 할 수 있겠구나라는 연장선을 느낀 것 같아요. 사실 단역이나 이름 없는 걸 하면 가끔 자존감이 떨어지고 박탈감도 들지만 그때마다 계속해서 내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었나, 다음 작품의 소중함과 불안감으로 나를 계속 보여드려야겠다는 열의가 있었어요.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좋은 성과를 얻었던 것 같아요”

더셀럽 포토
3개월 간 야구단의 운영팀 직원으로 살아온 만큼 야구에 대한 시선도 남달라졌을 것 같다. 조병규는 야구의 매력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꼽았다.

“촬영 기간 동안 야구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서 지금은 조금 야구 생각하면 진저리가 는데.(웃음) 제가 생각하는 야구는 기다림에서 오는 게 참 큰 것 같아요. 어떤 스포츠는 90분을 빠르게 몰아치고 끝나는데 야구는 상대방의 공격, 상대방 수비, 이걸 바꿔가는 과정, 공 하나 던지는 신중함에 오는 매력이 커요. 스피드 있게 몰아치는 스포츠는 매력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는데 야구는 팬 분들한테 천천히 전달되서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조병규의 필모그래피에 이름을 올린 ‘스토브리그’는 그를 한 걸음 더 성장시켜 준 작품이 됐다. 조금은 자신만만해질 법도 한데 조병규는 지금의 인기를 오히려 더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더 조심스러워 했다.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은 열정 가득한 배우이기에 조병규에게 연기는 너무도 소중하고 절실한 존재다.

“작품하고 나서 계속 생각하는 건데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감은 데뷔 때부터 있었지만 더더욱 잘되면 잘될수록 일에 대한 부담감이 막중하면서 스스로 검열도 하고 겁도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할 때도 겁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순간도 있고 돌이켜보니까. 그래서 주어진 책임감과 부담감을 잘 짊어지되 좋은 선택, 과감한 선택을 매순간하고 싶고 그게 목표에요. 또 좋은 인간? 조병규로서 삶을 찾아보고 싶기도 해요. 스무 살부터 매년 생일을 촬영장에서 보내서 쉴 때 뭘 해야 할지 몰라 못 쉬는 게 많았는데 그런 순간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