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IEW] 16부작→12부작, 회차 축소 드라마 잘 정착할 수 있을까

방송 2020. 05.11(월)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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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박수정 기자] '미니시리즈=16부작'이라는 공식은 이미 파괴된 지 오래다. 12부작, 10부작, 8부작, 4부작까지 16부작 혹은 20부작이라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난 회차가 축소된 작품들의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JTBC '눈이 부시게'(12부작), tvN '방법'(12부작),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시간'(12부작), OCN '타인은 지옥이다'(10부작) 등은 회차 축소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들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쫀쫀한 짜임새가 돋보였기 때문. 성공사례가 늘어날수록 시청자들도 이 같은 변화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5월 방영을 앞두고 있는 신작들 중에서도 12부작으로 구성된 작품들이 많다. MBC '꼰대인턴'부터 JTBC '야식남녀', JTBC '쌍갑포차', OCN '번외수사' 등 짧은 호흡의 드라마들이 대거 안방극장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미니시리즈의 단편화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웹드라마와 넷플릭스 등 OTT 프로그램의 유행으로 인해 변화된 시청 패턴 변화 때문이다. 콘텐츠를 보는 호흡이 많이 짧아진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량화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해외드라마, 웹툰 등 원작이 있는 경우 몇부작으로 구성해야 반응이 좋을까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과거에는 형식에 얽매이다 보니까 쓸데 없는 사족이 많이 들어가서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달라진 시청 흐름을 고려해 원작의 핵심만 넣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쓸데 없는 에피소드를 덜어내고, 기승전결이라는 고전적인 작법이 아닌 서사 구조 역시 초반에 승부를 두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짧은 호흡의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방송국마다 드라마는 제작할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회차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기존 16부작, 20부작에 비해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드라마를 콤팩트하게 만들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형식에 얽매일 경우에는 시청률이나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나가고 손해가 크다. 형식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회차 축소를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성과가 좋을 경우 추후에 스핀오프 형식으로 제작하거나 시즌제로 제작할 지 말지를 결정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20부작, 16부작을 고집했던 이유는 수익 구조와 연관이 있다. 회당 광고료를 받기 위해서 무리하게 형식을 적용하려는 경향이 강했던 것. 김헌식 평론가는 "해외에 판권을 판매하거나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거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무리하게 TV 광고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변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 환경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변화된 드라마 제작 환경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12부작, 주 1회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택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과 변화하고 있는 노동환경, 제작비 등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주 2회 드라마를 만드는 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드라마가 잘 돼서 방송계의 새로운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드라마 편성의 변화는 근무시간 준수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 편성 변화가 직접적으로 '주 52시간 촬영'을 정착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오수 희망연대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도기적인 시기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제대로 실행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의 틀만 있을 뿐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다자협의체의 빠른 재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방송사, 제작사, 스태프 노조 등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체적으로 과도기적인 시기를 겪고 있는 드라마 시장에서 짧은 호흡의 드라마들은 잘 정착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진 않을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기본 형식을 깨는 드라마들이 더 많이 나올거다. 수용자들은 이미 성장했고, 앞으로 더 성장할 거다. 제작사, 방송국들이 그 흐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미 많은 이들이 OTT 플랫폼 등을 통해 한국드라마에 비해 호흡이 짧은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 등 해외 드라마에 익숙해져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읽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짧은 회차를 유지하면서 해외 드라마처럼 시즌제 드라마로 갈 경우에는 '세계관'이 가장 중요하다. 시청자에게 어떤 세계관을 공유할 것인가. 그 부분을 잘 성립해야한다. 이를 통해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가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예전처럼 단순히 한류스타나 아이돌 스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구시대적인 전략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BC, JTBC, OCN,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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