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조진웅 “정진영 감독에게 ‘원작’ 있냐 묻기도” [인터뷰]

인터뷰 2020. 06.30(화)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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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조진웅이 아니었으면 누가 소화했을까. 시나리오 구상 때부터 주인공으로 그리며 썼을 만큼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속 형구는 조진웅 그 자체였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극중 하루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형사 형구 역을 맡은 조진웅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형구 캐릭터가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서 이 친구를 현장에 던져버렸죠.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걸으래서 걷고. 그런 작업을 저는 처음 해봤어요. 그렇게 던질 수 있는 자체가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거예요. 배우 출신이니까 어디가 가려운지 잘 아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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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이 맡은 형구는 정진영 감독이 시나리오 구상을 시작할 때부터 머릿속에 주인공으로 그리며 썼다고 한다. 평소 작품을 통해 봐왔던 조진웅의 액션이나 말투 등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잡아갔고, 초고를 탈고하자마자 조진웅에게 건넸다. 제안을 받은 조진웅은 단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묘한 지점이 있었어요. 제가 놀아도 될 것 같았죠. 저를 두고 쓰셨다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작업할 때 ‘네가 놀 수 있게끔 확실히 판을 깔아줄게’라는 담보와도 같은 약속이 있었죠. 그렇지 않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흥행이 보장되거나 스타들이 많이 나오는 그런 작업들이요. 하지만 여기서 이뤄내면 승리의 기쁨을 느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안할 이유는 없잖아요. 출연을 했을 때 리스크보다 안했을 때 리스크가 더 크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에게 의뢰를 해봤어요. 다들 나쁘지 않은 시선으로 보셨죠. 어떤 제작자는 ‘천재적인 작품이 나왔다’라고도 하셨어요. 하하.”

‘사라진 시간’의 결말은 활짝 열려있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매듭짓지 못한 열린 결말에 일부 관객은 ‘불호’를 외치기도. 그러나 조진웅은 영화 시나리오 자체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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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구의 대사, 형구가 가져야할 감정의 지점들이 명확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형구를 현장에 바로 집어넣을 거라고 말씀드렸죠. 그런 지점을 모호하게 하거나 어떤 해석을 해버리면 관객들은 더 헤맬 것 같았어요. 형구의 이정표는 올바르게 나와 있어요. 감독님에게 ‘이건 고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말씀드렸죠. 나와 있는 것으로 연기해보겠다고. 더 갈 수 없으니까 줄타기를 잘 해야 했어요. 배우가 조금만 유연하면 적응할 수 있는 거죠. 세상에 정답이 있는 시나리오, 연기, 연출은 없어요. 우리가 상상했던 이 모습이 형구라고 생각했죠. 첫 시나리오가 좋아서 거의 고치지 않으셨더라고요. 초고였는데 보통 센스가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이거 원작 있죠?’라고 감독님에게 여쭤보기도 한 걸요.”

‘사라진 시간’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주제 의식을 던진다. 오묘하고 낯선 이 영화를 조진웅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장르를 개척한 거 같아요.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나 좋은 기류를 타고, 퀄리티를 인정받으면 ‘이런 요리를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거죠. ‘사라진 시간’도 정진영 감독님만의 장르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메이크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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