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코로나19 물리칠 강렬한 웃음 [씨네리뷰]

영화 2020. 09.23(수)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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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웃을 일이 사라질 요즘. 관객의 웃음을 자극할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찾아온다. 8년 만에 복귀한 신정원 감독은 예상을 벗어나는 스토리로 관객에게 뜻밖의 웃음을 선사한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기존의 좀비물에서 방향을 약간 틀었다. 감염병 혹은 괴의한 생명체에 물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좀비와는 달리, 외계에서 들어온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존재가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다. 언브레이커블은 죽지도 않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지친 기색이 없다. 경유를 먹으면 입었던 상처도 금방 회복되고 기력을 되찾는다.

극 중 만길(김성오)과 신혼인 소희(이정현)는 만길이 자신에게 다정하지만 외도를 하고 있다는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소희는 미스터리 연구소장 닥터 장(양동근)에게 의뢰해 만길의 뒤를 밟은 뒤 평범한 인간이 아닌 언브레이커블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루에 여자만 십 수 명을 만나는 남편에 배신감을 느낀 소희는 복수를 하려 하지만 도리어 자신이 살해의 위협을 당하고, 결국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남편 살해 시도에 닥터 장, 세라(서영희), 양선(이미도)도 함께 휘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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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아이러니하게 시작하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웃음이 터질 듯, 안 터지는 장면들에 아쉬움의 한숨을 토하기도 잠시, 영화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부터 극의 전체 분위기가 전환된다. 의도치 않게 숨을 거둔 닥터 장과 이를 처지하려는 세라, 양선의 모습에 실소가 튀어나온다. 급기야 양선은 남자친구였던 닥터 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아픔을 숨겨야 하는, 눈은 울고 입은 웃는 ‘웃픈’ 모습에 폭소가 터진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흘러가지 않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캐릭터 구성에서도 뻔한 B급 영화의 분위기를 벗어난다. 극 초반에는 여성주체적인 분위기가 전혀 그려지지 않고 오히려 여자 동창들끼리 시샘하고 질투하는 구시대적 흐름을 유지한다. 그러나 극이 중심부로 접어들고 소희, 세라, 양선이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는 과정들이 짙게 그려지면서 신정원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여자 세 명이 남성 한 명과 맞서면서 겪는 어려움, 육체적인 한계 등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고, 정신을 차리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응원을 하게 만든다. 이는 이정현, 서영희, 이미도가 적절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인데, 다수의 작품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이미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웃음을 전적으로 이끌고 이정현은 그만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서영희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극에서 소희, 양선을 이끌면서 중심을 잡는다.

김성오는 날카로운 면모와 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액션으로 시선을 강탈하는 반면에 양동근은 등장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맹활약한다. 불의의 사고로 숨이 잠깐 멎는 욕조씬, 정신을 차린 뒤 기억을 잃고 “초등학교 어디 나오셨어요?”를 반복하는 그를 보면서 영화관임을 망각할 정도로 큰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사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상업영화보다는 B급 감성에 가까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지만, 그만의 매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기대감 가득 안고 영화관을 찾는 것보다 최근 여러 일들로 인해 웃을 일 없던 일상에서 근심, 걱정을 잠깐이나마 덜 수 있는 영화로 즐길 수 있음직 하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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