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따뜻한 작품 목말랐던 찰나에 만난 ‘18 어게인’” [인터뷰]

인터뷰 2020. 11.23(월)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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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이미지 변신을 위해 선택한 작품이었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센 캐릭터를 주로 보였던 배우 김유리에게 드라마 ‘18 어게인’은 필모그래피의 전환점이 됐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18 어게인’은 이혼 직전에 리즈시절인 18살로 돌아간 남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유리는 38살 홍대영(윤상현)에서 18살이 된 고우영(이도현)과 홍대영의 딸 홍시아(노정의)의 담임 옥혜인으로 분했다.

조용하고 나긋한 목소리, 차분한 분위기가 옥혜인을 에워싼다. 화를 낼 때마저도 엄한 듯 하지만 조용하게 타이르는 식이다. 점잖은 옥혜인의 첫 인상에 김유리는 단숨에 출연을 결정했다.

“차가운 역할을 많이 하다보니까 다른 역할을 하고 싶었다. ‘18 어게인’의 옥혜인으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대본에서 따뜻한 가족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제가 차가운 가족 얘기를 했지 않았나.(웃음) 늘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배우들은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상황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른 캐릭터에 목이 말랐는데 때마침 만나 용기를 냈다.”

KBS1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를 통해 데뷔한 김유리는 다수의 작품을 거쳐 ’불굴의 며느리‘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후 ’복희 누나‘ ’청담동 앨리스‘ 등에서 강하고 센 역할로 고착화됐다. 작품 속에서 악역은 없어선 안 될 캐릭터지만, 그에겐 굶주림이 있었다.

“센 캐릭터를 할 때는 신난다. 내가 정말 그렇게 보이는구나 싶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한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성격도 그럴 것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속상하더라. 저는 차가운 사람이 아니다. 학생들과 편안하게 얘기하고 옆집 언니 같은 옥혜인의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야 작품 속 캐릭터와 배우를 분리해 생각하는 대중이 많지만, 예전에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까지 일체화시켜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더군다나 여자 악역 캐릭터의 특징인 ‘누군가의 남자를 빼앗는’ 설정에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만난 그는 소탈했고 웃음기가 많은 평범한 ‘아는 언니’에 가까웠다.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차가운 도시 여자, 누군가의 남자를 빼앗아야하는 설정들이 아쉬웠다. 그런 이미지로 굳혀졌나, 내가 정말 그렇게 보이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한편으로는 이해도 간다. 그런 모습을 많이 봤고 다른 캐릭터나 비주얼을 보여드린 적이 없으니까. 그런 분들 입장에서는 시각적으로든 연상 작용이 안 될 수 있으니까 이해는 된다. 그래서 더 ‘18 어게인’의 옥혜인이 끌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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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이미지의 옥혜인은 사실 반전 매력이 있다. 퇴근 후에는 PC 게임을 즐겨하는 수준을 넘어선 ‘덕후’에 가깝다.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질끈 묶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부캐’ 생활을 하는 ‘덕후’ 옥혜인은 인근 주민까지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덕후’ 캐릭터라서 더 매력이 있었다. 게임도 하고 코스프레도 하지 않나. 다양한걸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화장을 지우고 나면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설정도 재밌었다. 그런 걸 건어물녀(직장 생활을 할 때와 달리 사생활에선 편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라고 하더라. 그런 게 저한텐 재미있게 다가왔다.”

하병훈 감독도 직장생활을 하는 옥혜인과 ‘덕후’인 옥혜인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김유리는 사회인인 옥혜인과 ‘덕후’ 옥혜인의 대비가 드러나도록 의상을 준비하고 촬영에 임했다.

“선생님이었다가 ‘덕후’일 때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덕후’일 땐 모자도 써보고, 안경도 써보고 한 사진을 감독님에게 보여드렸다. 좋아하시더라. 선생님일 때는 시크한 분위기가 나는 옷이나 참한 분위기면서 튀지 않는 옷을 준비했다. ‘덕후’일때는 트레이닝 복을 준비하고. 감독님도 만족해하셨다.”

‘덕후’인 옥혜인은 극이 전개될수록 코스프레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 김유리는 이번 작품에서 선보인 다양한 분장들에 신선함을 느꼈다.

“메이크업이나 가발을 쓰고 하는 게 힘들긴 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주어진 건 열심히 해야한다. 분장을 하고 나서 거울을 봤는데 나 같지 않은 모습이 색다르더라. 그런 기분을 이번에 처음 느꼈다. 힘들기도 했지만 저뿐만 아니라 다들 힘드셔서 그거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선배님들이 고생이 많으셨다. 김유리로서는 할 수 없는 코스프레나 건어물녀의 모습을 겪어 참 재밌었다.”

옥혜인은 고우영의 아빠로 활약하는 고덕진(김강현)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고우영의 입학을 위해 학교를 찾은 고덕진은 첫눈에 옥혜인에게 반하고 끊임없이 구애한다. 극의 말미 비로소 쌍방향 러브라인이 된다. 김강현은 김유리가 “촬영장에서 한 번도 민낯으로 오지 않았다. 너무 예쁘셔서 바로 몰입이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강현 선배님과 케미가 실제로도 좋았다. 사이도 좋고 유쾌하시고 성격도 좋으시다. 카메라 뒤에서 케미가 좋아서 작품에서도 잘 나온 것 같다. 리허설도 재밌게 하고 불편함 없이 촬영했다.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셨다.”

김유리는 ‘18 어게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작품. 정말 좋은 분들 만나서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따뜻한 가족, 사랑 이야기를 전했던 ‘18 어게인’이었던 것만큼 수개월간 촬영에 참가했던 김유리에게도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 듯 했다.

“‘18 어게인’의 매력이 가족, 사랑 이야기를 한 것이다. 각자 공감하는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 편안하게 다가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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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수개월간 자신을 버리고 작품 속 캐릭터로 살아야하기에 실제 삶에도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격이 강하고 악역을 맡는 배우들이 이런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김유리 역시 그간의 악역들로 힘든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연이어 차가운 캐릭터를 하니까 힘들더라. 하다보면 ‘사람 버리겠다’ 싶더라. 마음이 힘들고 날카로워지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 자꾸 화를 내야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쁜 얘기를 해야 하니까. 몇 작품을 연이어하면 몇 년이 된다. 저는 그럼 계속 그렇게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런 에너지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김유리는 종교로 마음을 다잡았다. 작품 속 캐릭터와 진짜 김유리의 기로에서 바로잡지 못할 때 기도로 스스로를 붙잡았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새벽기도를 열심히 다니고 기도를 많이 했다. 마음이 힘들어지니까 종교에 기대게 되더라.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작품을 하면 최선을 다해서 하는데, 악역이긴 하지만 차도녀의 이미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그걸 좋아해주시면 감사하고. 제 욕심에선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인터뷰 내내 평범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보였던 김유리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날을 꿈꿨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드물게 맡았기에 다양한 인물을 소화할 수 있는 꿈을 꾸고 있었다.

“차가운 캐릭터가 싫다기보다는 악역이 싫었다. 차가운 도시여자 이미지는 감사하다. 못되고 싶진 않다. 분위기가 시크하고 주인공의 남자를 뺏어야하는 그런 설정들이 속상해서 ‘18 어게인’의 옥혜인을 했었다. 차가운 도시 여자 캐릭터는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다.(웃음) 조금 따뜻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장르도 상관없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한 이미지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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