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이환경 감독 “거리두기 1.5단계 속 개봉, ‘복 없다’ 하지만…” [인터뷰]

인터뷰 2020. 11.23(월)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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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3년 전 제작됐지만 예상치 못했던 논란에 휘말리면서 개봉이 무산될 뻔했던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이 드디어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013년 개봉돼 1280만 관객을 웃고, 울렸던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2018년 초 촬영을 마친 ‘이웃사촌’은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의식 역의 오달수가 미투 논란에 휩싸이며 개봉을 무기한 연기한 바. 2년이 흐른 후, 오는 25일 개봉 일자를 확정시키면서 시사회, 인터뷰 등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이환경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실 마음 아픈 자식 같은 느낌이 있어요. (영화를) 가족에 대한 부분을 비유를 많이 하는데 (‘7번방의 선물’과 ‘이웃사촌’을) 자식들로 비유하면 ‘나는 신경 안 쓰고, 형만 신경 쓰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웃사촌’은) 아픈 손가락이고, 더 정을 줘야하는 자식이라 많은 신경이 갔죠. 그렇다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도리가 뭘까 고민을 하게 됐어요. 3년 정도의 시간이 저에겐 언제,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블라인드 시사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했을 거예요. 배급사도 바뀐 적도 있었어요. 산전수전, 코로나19전 등을 겪었죠. 하하. 관객분들이 ‘7번방의 선물’을 향한 큰 사랑을 주셨잖아요.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음에 고맙고 감사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올랐지만 저는 ‘이웃사촌’이 백신 같은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새롭게 치유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치유에 대한 느낌을 저희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지금 개봉하는 것도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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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은 가족, 공간, 우정과 사랑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통해 ‘7번방의 선물’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감동을 다시 한 번 전한다. 교도소 안에 갇힌 ‘7번방의 선물’ 용구(류승룡)처럼 ‘이웃사촌’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택 격리된 의식이 등장하는 것. 이환경 감독은 ‘격리’라는 특수한 공간적 상황을 인물에게 부여하고 가족, 친구, 옆 사라에게 우정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도록 이야기를 꾸몄다. 어떻게 보면 두 영화는 익숙하면서 다른 맛일 수 있을 터.

“제가 만든 영화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어요. 신 서양문물을 받아와 관객들에게 전파해주는 감독님들이 많은데 저는 한국의 토속적인 맛, 된장 같은 맛이라 표현할 수 있어요. 익숙한 재료지만 생생함을 더해서 익숙한 맛을 어떻게 새롭게 낼 수 있까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죠. 그 재료들이 배우분들이고요. 저는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되지 못한 분들과의 작업을 주로 원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익숙함과 새로움에 대한 부분들을 새로 보일 수 있어서 그런 것들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죠. 그래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돼요.”

영화는 좌천위기의 도청팀장 대권(정우)과 의식이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생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정우가 묵직한 한 방을 날리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오달수가 따뜻함을 지닌 인물로 분하면서 두 사람은 그동안 보여줬던 연기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정우 같은 경우, 17년 전, 제가 데뷔할 때 그 친구도 연기자로 데뷔할 때였어요. 정우는 친동생처럼 잘 아는 배우였죠. 그 친구도 시작이고, 저도 시작하는 단계여서 서로 성장하는 것들을 봐왔어요. 그래서 데뷔할 때 깨끗한 느낌, 초심에 대한 느낌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떤 게 나올까 싶었어요. 그땐 저는 신인감독이고, 무명배우였던 정우는 이제는 주연배우가 됐으니까요. 초심으로 돌아가 하면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1번이었어요. 정우가 가진 뚝심, 진정성을 너무 잘 알기에 영화 속 가장으로서, 정보원으로서 단순할 수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확장시키고, 스펙트럼을 넓혀줄지 궁금했어요. 정우는 굉장히 순수하고 스펀지 같은 배우예요. 하얀색 물을 던지면 쭉 빨아들여 바로 흡수해 색깔을 내주는 배우죠.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정우에게 ‘함께하자’라고 했어요. 오달수의 경우, ‘7번방의 선물’에서 코믹적인 느낌이 강해서 ‘이웃사촌’에서도 감초 역할을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시나리오를 드렸어요. 만나자고 해서 만났더니 ‘가슴이 메어져서 시나리오를 못 넘기겠다’라고 하셔서 당황스럽고 한편으론 창피했어요. ‘이정도 감정의 깊이를 가진 배우를 웃음의 포인트로만 생각했구나’ 하면서 스스로 창피했던 거죠. 오달수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끔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정치인, 의식의 캐릭터로 들어간 거죠. 오달수의 캐스팅은 ‘7번방의 선물’ 류승룡을 처음 캐스팅했을 때와 똑같아요. 과거 류승룡은 조폭, 건달, 싸움꾼 같은 날카로운 역할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렇지만 강아지 눈처럼 맑아서 캐스팅 했어요. 오달수도 그런 느낌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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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 연금, 대권 출마를 앞두고 미국으로 가라는 협박을 받은 이의식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정치가 아닌,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이환경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결말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를 기획할 때 중국에 있었어요. 촬영을 보름 남겨놓았을 때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터지면서 촬영을 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에 왔죠. 사드로 인해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보는 눈이 달갑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밖에 나가지 않았고, 그게 저에겐 자택격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기획했던 작품 중 ‘이웃사촌’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죠. 대사 중 조현철 배우가 ‘이의식도 격리되고, 우리도 똑같이 격리 된 게 아니냐’라는 대사를 해요. 그때(자택격리) 당시 저희끼리 실제로 나눴던 대사였죠.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러던 중 YS(김영삼)와 DJ(김대중)를 보게 됐어요.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도소를 가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뭔가 억압시키고 통제하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7번방의 선물’에서 쓰고 연출했던 것들과 맞닿은 느낌이 아닐까란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그렇지만 YS나 DJ에 대한 느낌이 영화에 들어오진 않았으면 했죠. 앞서 정치영화를 만드셨던 감독님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리얼하게 정치 얘기를 하는 감독이 아니잖아요. 가족이나 휴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정치가 투영되는 순간, 제가 가지고 가던 톤 앤 매너와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택연금 당한 정치인과 믹스해서 나온 이야기예요. 그 시대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판타지스럽게 구성했구나 생각하시면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또 그렇게 보셨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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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이틀 앞둔 ‘이웃사촌’은 ‘천만관객 돌파 이환경 감독의 신작’이라는 문구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당 홍보 문구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어쩌면 발목을 붙잡는 부담감으로 ‘양날의 검’과도 같지 않을까.

“7년이 흐르니 부담감은 없어지더라고요. 하하. ‘7번방의 선물’에 너무 많은 부담이 있었어요. 저에게 큰 축복이었지만 그 축복이 반대로 짐이었어요. ‘그런 영광을 받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지금은 그 영광을 나눠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7번방의 선물’ 때 응원해주시고, 봐주셨던 관객들, 그리고 좋은 얘기를 써주셨던 기자님들에게 ‘이웃사촌’으로 그때에 대한 느낌을 다시 한 번 느끼게끔 해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고요. 코로나19 시국에 1.5단계로 거리두기가 격상해 남들은 ‘복도 없다’라고 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힘든 시국에 행복하게 영화를 보셨다면 제가 해야 할 역할은 했다고 생각해 감사하고 즐겁죠. 개봉 날짜를 변경하거나, 도망갈 생각은 없어요. 주어진 일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하는 메시지는 공통된다. 가족들에게 받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전했으면 하는 이환경 감독의 바람이 심어져있는 것. 이 감독은 ‘이웃사촌’을 볼 예비 관객들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의식이가 대권이에게 ‘식사하셨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주앉아 식사 한 끼 하자’라고 해요. 요즘에는 이게 참 쉽지 않잖아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따뜻한 밥 한 끼를 같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예요. ‘7번방의 선물’ 땐 영화를 다 보고 아빠, 엄마한테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지금 갈게요’란 말을 한 번 씩 해달라고 했어요. ‘이웃사촌’에서는 꼭 아버지, 어머니와 식사한 끼 하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게 존중과 배려이지 않을까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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