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문소리, 한계 없는 ‘도전’의 출발선상에 선다는 것 [인터뷰]

인터뷰 2021. 01.25(월)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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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라고 할까요. 보기 드문 캐릭터였고,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도전엔 한계란 없다. 배우이자 제작 프로듀서로서 ‘또 다른 도전’이라는 출발선상에 선 문소리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소리는 극중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으로 분했다. 연기 경력이나 실제 나이를 비교했을 때 김선영이 아닌, 문소리가 첫째 역할을 맡을 법 한데 둘째 역을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문소리는 이승원 감독과 첫 만남을 회상하며 말문을 이어갔다.

“이승원 감독님을 처음 뵙게 된 건 ‘소통과 거짓말’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셨을 때였어요. 저는 올해의 배우 부문에 심사를 했죠. 그 작품을 처음 봤고, 보자마자 김선영 배우의 연기에 너무 놀랐어요. ‘소통과 거짓말’의 주연 배우에게 수상했지만 김선영 배우를 언급할 만큼 연기가 놀라웠죠. 이후 독립영화의 밤에 참석했고 그때 김선영, 이승원 감독이 오셨어요. 장준환 감독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죠. 김선영 배우를 사적으로도 만났고, 이승원 감독님은 저에게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며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하셨어요. ‘다 쓰게 되면 한 번 보여주세요’라고 했죠. 굉장히 빠른 시일 안에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고요. 그땐 초고 외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었어요. 그러나 감독님의 색깔이 잘 드러나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감독님께선 시나리오를 주실 때부터 저에게 둘째 역할을 이야기하셨어요. 감독님의 세계에선 정해져 있었던 거죠. 배우로서 그런 캐릭터를 만나기가 어렵고, 연기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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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기독교인인 미연은 잘 나가는 교수 남편에 말 잘 듣는 자녀들까지 남부러울 것 없이 완벽한 삶을 산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척’을 하는 인물이다. 문소리는 완벽한 척하는 미연의 내면을 숨기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 성격도 한 가지로 정하기 어렵잖아요. 제 안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 잘 모르겠다, 난 몰라’라는 식의 낙천적인 건 아니에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걸 잘 못하거든요. 완벽하게 뭔가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졌으면 좋겠다, 딱 맞았으면 좋겠는 성격이 있어요. 그런 게 미연과 닮아있죠. 그래서 그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는데 ‘나, 너 모르는 애 아니고, 너 같은 애 잘 아는데 정 가진 않거든?’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촬영 전에 징글징글한 마음이 있었던 거죠. 촬영이 다가오니까 어쩔 수 없이 캐릭터 속으로 무릎을 꿇고 기어들어갔지만요. 흔치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라고 할까요. 보기 드문 캐릭터였고,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 불교신자인 문소리는 역할을 위해 예배에 참석하고, 찬송가 지휘를 연습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딸과 함께 1년에 두 번 정도 절에 가요. 시어머니 기일과 석가탄신일 즈음해서 가죠. 그런데 제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고, 매일 집에서 피아노로 찬송가를 치니까 딸이 ‘이제부터 교회 다니는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영화 때문에 좀 다녀 보려고’ 하니까 ‘그러면 배신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제가 교회 문화를 잘 몰라서 큰 교회, 작은 교회에 다니면서 경험을 했어요. 유튜브로 찬송가도 많이 들었죠. 1일1곡 씩 피아노 반주도 습관처럼 했어요. 기도문도 줄줄 말할 수 있어야 했기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앞서 문소리는 2017년 개봉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뛰어난 연출을 선보인 바. 그는 ‘양자물리학’을 제작했던 김상수 프로듀서와 함께 ‘세자매’의 초고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초기 단계부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어요. 같이 회의하고, 의논을 나눴죠. 그 과정이 벅차거나 힘들진 않았어요.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래서 제작까지 같이 하게 됐어요. 프로듀싱은 처음인데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겠다고 하면서 몸으로도 뒤고, 마음도 보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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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희숙과 셋째 미옥 역에는 각각 김선영, 장윤주가 맡았다. 희숙은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며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인물. 이와 반대로 미옥은 365일 술에 취해 본인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주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각기 다른 개성 강한 캐릭터로 만난 세 배우는 다르지만 같은, 현실 자매 케미를 선보인다.

“영화를 찍는 내내 한 마음으로 응원했어요. 심지어 각자 집안일, 형제에게 못할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면서 영화를 찍었죠. ‘앞으로도 이렇게 다른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다신 없을 것 같은 경험이었죠. 김선영 배우는 연기에 힘이 있고,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어요. 깊은 곳에서부터 심지가 단단한 연기가 깔려있죠. 카메라 세팅 중 대기할 때 배우가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잖아요. 그 순간에도 선영 씨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요. 김선영 배우는 대단한 경지다 싶을 만큼 의심의 여지없이 연기를 하죠. 본인도 0.000% 의심을 하지 않기에 보는 사람도 확신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존경스러웠죠. 윤주 배우도 놀라웠어요. ‘베테랑’ 밖에 본 게 없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내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정말 오픈 마인드로 모든 걸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자세로 뛰어드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세자매’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날카롭게 마음을 후벼 파면서도, 깊은 울림과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문소리는 ‘세자매’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까.

“가정이라는 곳이 가장 따뜻하고, 보듬어주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하는 곳인데 그렇지 못한 곳도 많잖아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가정에서 받은 상처에 집착하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부작용의 굴레를 이해하고 적용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영화의 마지막에 ‘살아가야지’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그것과 영화의 주제가 비슷하지 않을까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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