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김남희 “갈증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 꿈꿔요” [인터뷰]

인터뷰 2021. 01.26(화)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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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무명시절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길은 현재의 빛이 됐다. 배우 김남희는 ‘스위트홈’으로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까지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굶주리고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동명의 웹툰을 소재로 한 작품. 평범하던 일상에 인간 내면의 욕망이 괴물화를 발현시키며 세상이 하루 아침에 망해버린다. 극의 중심 배경이 되는 그린홈에서 각 인물들은 괴물에 맞서 다른 주민들을 구하거나 남아있는 주민과 함께 협력해 생존한다.

김남희는 극 중 국어교사 정재헌 역을 맡았다. 과거 알코올중독으로 힘든 삶을 보냈으나 현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옳은 말하는 정직한 인물이다. 그의 전작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보였던 악역 모리 타카시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보였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연을 맺은 이응복 감독은 그를 위한 정재헌을 만들어냈다. 김남희에 맞춘 인물로 그가 잘 소화할 수 있는 대사와 캐릭터 특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인물이었다. 자신을 염두하고 만들어낸 정재헌을 김남희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운 좋게도 멋있는 캐릭터를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를 염두해 주시고 만들어주셨다. 저는 연극을 통해서 문어체적인 대사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저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감사하게도 제가 하사받은 것이다.”

‘스위트홈’에서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시청자는 정재헌을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꼽았다. 극 초반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 중 하나였으나 극이 전개될수록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남자로서도 멋있지 않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묘한 말투를 쓰는데 칼도 잘 다룬다. 목소리도 좋고 사람을 구하는 부분에서 시청자분들이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다. 저 역시도 그렇게 느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담백하게 안으로 담고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호흡한 남자 배우들도 다 정재헌을 멋있어했다.”

김남희는 정재헌의 매력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더욱 정재헌을 입체적이고 매력이 돋보일 수 있게끔 연기했다. 첫인상과 본모습이 다른 반전 매력, 정직한 모습,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진심, 가끔 나타나는 허당끼는 그린홈 주민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매력이었다.

“재헌을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무사의 모습이지만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허당, 어리바리, 위트, 등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사실 연기 초반에는 경직된 것도 있었다. 그건 제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모습이 있어서 표현할 때 엉망진창 될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다. 기본 베이스로 담백함을 두고 그 안에서 미니멀리즘하게 표현을 하려고 했다.”

담담하고 담백한 정재헌의 대사는 실제 내뱉는 구어체보다는 글로 표현되는 문어체에 가깝다. 이를 입 밖으로 내고 대사를 하고 감정을 싣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김남희는 정서에 집중하면서 정재헌의 문어체 대사에 많은 것을 담았다.

“대사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정서에 집중하려는 포인트가 있다. 그 대사들을 말하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하면서 대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말하는 투로 나온다. 그게 담백하게 말할 수 있었던 힘이다.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멋있는 척 하면서 대사를 했다면 진짜 오글거려서 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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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은 새로 이사 온 윤지수(박규영)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면서 처음 관계를 맺는다. 그저 단발성 인연으로 그칠 줄 알았던 이들은 그린홈이 괴물로 인해 폐쇄되면서 서로 전우애를 다진다. 언제 괴물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에게만 의지를 하던 정재헌과 윤지수는 전우애를 넘어 사랑의 감정을 쌓는다.

“윤지수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말이 이들의 관계에 90% 해당한다고 본다. 박규영 씨와 저는 연기를 하면서 러브라인이라고 대놓고 드러낸 장면이 그때 말고는 없다. 위급한 상황 속에 남녀가 다니면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나.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감정을 정리하기도 전에 괴물을 만나고 위급한 상황을 탈출해야 하니까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 정재헌은 윤지수에게 고백했을 때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해서 따뜻한 기억은 남겨주자는 마음으로 대사를 했다. 저희가 의도한 것보다 대중이 애틋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윤지수에게 자신의 뜻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정재헌은 경비 괴물을 만나고 생을 마감한다. 마지막까지 자기 한 몸 희생하면서 경비괴물로부터 주민들을 지킨다.

“팔이 잘리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셔츠 소매에서 팔을 빼 연기했다. 이런 원초적인 방법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고 CG나 분장술로 잘 표현이 되는 게 신기했다. 완력을 쓰면서 액션을 써야 하는 게 힘들었고 두 번 테이크를 하면서 시간을 많이 썼다. 감정적인 부분은 오히려 쉬웠다. 최후의 전투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즉흥적으로 희생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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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에 오르고 2018년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매체 연기를 시작한 김남희는 이후 ‘봄이 오나 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에 출연했다. 이번 작품으로 대중의 인식에 정확하게 이름을 새긴 그는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며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저는 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처럼 봐주셔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제가 무명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라서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저는 자기관리를 안 한다. 좋은 날에는 좋은 대로 촬영을 하고 아니면 아닌 대로 촬영하고.(웃음) 하는 것마다 캐릭터가 다르니까 다른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미스터 션사인’으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스위트홈’으로 나름의 방점을 찍은 그는 여전히 굶주려있다. 무명시절에 비해 현재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과거의 자신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배우들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고, 더 성장할 자신을 예고했다.

“배우로서 좋은 역할, 하고 싶은 역할은 여전히 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한 인물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보기에 예쁜 배우보다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주변에 반응에 대해서는 너무 감사하고 해외에서 반응이 있어 국위선양하는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 감사함은 감사함이고 연기적인 갈증은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감사함만으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부족함은 질책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갈증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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